탑건 아이스맨 발 킬머 사망…이제는 정말 안녕
오늘 아침, 뉴스를 보다가
한동안 멍하니 화면만 바라봤습니다.
'탑건'의 아이스맨,
배우 발 킬머가 사망했다는 소식 때문이었죠.
그의 나이는 65세.
사인은 폐렴이라고 하네요.
발 킬머 하면 정말 많은 장면들이 떠오릅니다.
그저 영화 속 배우가 아니라,
저에게는 그 시절을 상징하는 얼굴 중 하나였거든요.
솔직히 말하면 저는 어릴 때
‘탑건’을 보고 파일럿이라는 직업에
막연한 동경을 품었던 사람이에요.
톰 크루즈만큼이나 기억에 남는 사람이
바로 발 킬머였고요.
그 특유의 차가운 눈빛, 여유 있는 말투,
그리고 누구보다 빠르고 날렵한 조종 솜씨.
아이스맨이라는 별명이 정말 찰떡처럼
잘 어울리는 캐릭터였죠.
‘탑건’ 외에도 그를 다시 볼 수 있었던
영화는 꽤 많았어요.
‘배트맨 포에버’에서는 배트맨으로 나왔고,
‘도어스’에선 짐 모리슨 역할을 맡았었죠.
실제로 노래까지 직접 불렀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그는 단순한 외모나 이미지가 아닌,
연기력과 표현력까지 갖춘 진짜 배우였어요.
하지만 그의 인생은 영화처럼
반짝이기만 하진 않았습니다.
2014년 인후암 진단을 받았고,
긴 투병을 하면서 목소리도 거의 잃었죠.
그래도 놀랍게도
‘탑건: 매버릭’에서 다시 등장했을 때,
전 정말 울컥했습니다.
몸은 많이 변했지만,
그 눈빛 하나만으로도
그가 여전히 아이스맨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거든요.
이번 발 킬머 사망 소식을 접하고 나서
그의 삶과 작품들을 다시 돌아보게 됐어요.
너무 젊은 나이는 아니었지만,
왠지 더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었을 것 같은 사람이라
더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그리고 ‘죽음’이라는 단어 앞에서
우리는 늘 뭔가 말을 잃게 되는 것 같아요.
돌이켜보면 발 킬머라는 배우는
그저 멋있고 잘나가는 스타가 아니라,
자기만의 색을 갖고 있던 사람 같아요.
화려한 외모 뒤에 숨겨진 고독함,
병마와 싸우면서도 포기하지 않았던 모습.
그리고 마지막까지 영화로 돌아와
자신의 캐릭터에 작별 인사를 건넨 사람.
그래서인지 이번 발 킬머 사망 소식이
단순한 연예 뉴스로만 느껴지지 않더라고요.
어쩌면 우리 세대의 한 조각이
사라진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이제는 정말 안녕.
'아이스맨'이라는 이름으로 기억될,
그리고 그보다 더 깊은 이야기들을 간직한 배우.
발 킬머, 당신을 오래도록 기억하겠습니다.